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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05 12:38

거꾸로선 집

조회 수 14,000 추천 수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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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성에 자리한 아트센터 마노는 참 재미있는 곳이다. 야트막한 산이 병풍처럼 둘러져 아늑한 느낌을 주는 가운데 연못이 있고 잔디로 뒤덮인 구릉엔 군데군데 아마추어 작가들이 만든 개성있는 조형물들이 자리를 잡고 있어 눈을 즐겁게 해준다.

어디 그뿐인가? 이곳의 백미는 ‘거꾸로 선 집’과 ‘옆으로 누운 집’이다. 뾰족한 삼각지붕이 아슬아슬한 모습으로 땅을 짚고 있고 편편한 바닥은 하늘을 향해 솟아 있는 형국이다. 거꾸로 선 집 바로 옆에는 그에 뒤질 새라 창문도 지붕도 바닥에 기대어 잠을 자는 모습으로 길게 누워 있는 집이 있다.

그 모습을 보니 기자 역시 집의 방향에 따라 고개가 저절로 움직여지면서 세상을 거꾸로 보고 옆으로 보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이곳에 오는 사람들 대부분이 그런 자세를 취한다고 한다.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에게도 신기한 건 마찬가지. 아트센터 마노는 들어서는 순간부터 이렇듯 별난 첫인상을 심어준다.

‘거꾸로 선 집’과 ‘옆으로 누운 집’이 눈길끄는 예술랜드

서울에서 자동차로 불과 한시간 남짓 거리의 안성 하면 전체적으로 현대적인 도시를 떠올리겠지만 아트센터 마노만큼은 예외다. 경부고속도로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오른편으로 대덕터널과 비봉터널을 지나 아트센터 마노 이정표를 따라 비포장도로로 진입하면 어느새 도심 풍경과는 사뭇 다른 한적한 ‘시골냄새’가 물씬 풍겨난다. 길 양옆에는 배나무 과수원이 들어서 있어 키 작은 나무들이 마음을 평화롭게 해주고 드문드문 들어서 있는 양철지붕의 낮은 집들도, 자동차 바퀴 밑으로 덜컹거리며 전해오는 울퉁불퉁한 흙길도 정겹게 다가온다. 톨게이트에서 아트센터 마노까지는 불과 15분 정도의 거리이건만 그안에 자연의 맛이 진하게 배어 있다.

아트센터 마노 안에는 방갈로도 마련되어 1박2일 코스로 지내기에는 그야말로 ‘안성맞춤’. 고개를 숙여야 들어갈 수 있는 다락방 같은 느낌의 넓은 방에 놓여 있는 독특한 분위기의 침대와 테이블, 중세 유럽 옥탑방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두툼한 나무 문, 거친 질감의 창호지 문에 달린 문고리… 저마다 여느 숙박시설과는 다른 이색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또한 투박한 모습의 가파르고 좁은 계단을 사이에 두고 아기자기하게 배치되어 있는 방갈로의 모습은 마치 영화 <대부>에서 주인공이 ‘사고를 치고’ 잠시 숨어 지내던 시칠리아 섬 시골마을에 온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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