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의 전통적인 사찰들에는 여러 가지 크고 작은 전각들 이 있고, 거기에는 각각의 이름들이 붙어 있어 제각기 ○○전, ○○각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이름들은 그 건물에 모셔져 있는 불· 보살님들에 따른 것으로서, 그 건물의 이름을 보면 우리들은 그 곳에 모셔진 분이 어느 분인가를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1. 석가모니부처님을 모신 전각: 대웅전 (大雄이란 부처님의 별명), 대웅보전 (석가모니, 아미타, 약사여래부처님을 함께 모십니다)
2. 비로자나부처님 (법신불)을 모신 전각; 비로전, 화엄전, 대적광전
3. 아미타부처님을 모신 전각: 무량수전, 극락전, 아미타전
4. 미륵부처님을 모신 전각; 용화전, 미륵전
5. 약사여래부처님을 모신 전각; 약사전
6, 관세음보살 이 본존인 전각; 관음전, 광명전 (화엄종), 대비전, 원통전 (천태종)
7. 지장보살이 본존인 때는 ; 지장전, 명부전 (시왕전: 지장보살과 함께 명부의 시왕도 모심)
8. 토속신앙 전각; 나반 존자 - 독성각, 산신령 - 산신각, 용왕 - 용신각, 칠성님 - 칠성각
사찰내의 각 전각 명칭과 용도
(1) 전각(殿閣)
① 대웅전(大雄殿)
대웅전은 거룩한 석가모니 부처님을 주불로 모신 법당이란 뜻이다. 자연히 대웅전에는 석가모니 불상이 봉안의 주대상이 된다.
한편으로는 사바세계의 교주이신 석가모니부처님 외에 여러 불보살들이 함께 모셔지기도 하는데 그 모시는 상징적 의미는 이렇다.
첫째, 석가모니불의 좌우에 염화시중의 미소롤 대변되는 가섭과 다문제일의 제자인 아난이 각각 선법과 교법을 상징하며 봉안된다.
둘째, 부처님의 반야지(般若智)를 상징하는 문수보살과 수행과 행원이 원대함을 상징하는 보현 보살이 협시하여, 모든 구도자들이 지혜와 행원에 의지하여 해탈의 길로 나가야 함을 보여 준다.
셋째, 과거의 연등불인 제화갈라보살, 현세의 석가모니부처님, 미래의 미륵보살이 봉안되어 과거. 현재. 미래의 삼세를 통하여 시간을 달리하면서 불법으로 교화함을 나타낸다.
넷째, 석가모니부처님의 좌우에 조상의 극락왕생과 내생의 행복이 직결되는 아미타불과 고통받는 병자나 가난한 사람을 구원하는 자비의 약사여래를 모시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에는 대웅전을 격을 높여 대웅보전(大雄寶殿)이라고 부른다.
이외에도 문수보살과 보현보살 대신 관세음보살과 지장보살 또는 대세지보살을 협시보살로 봉안하는 경우도 있다.
②대적광전(大寂光殿)
대적광전은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 연꽃으로 장엄된 세계인 연화장세계(蓮華藏世界)의 교주인 비로자나불을 본존불로 모신 건물이다.
주로 화엄종 계통의 사찰에서 대적광전을 본전으로 건립하며, 소의경전인 《화엄경》에 근거하여 화엄전, 비로자나불을 봉안한다는 의미에서 비로전, 연화장세계가 진리의 빛이 가득한 대적저어의 세계란 의미에서 대적광전이라고도 부른다.
대적광전에는 비로자나불을 중심으로 한 삼신불(三身佛)을 봉안한다. 따라서 대적광전 내에는 비로자나불, 아미타불, 석가모니불을 봉안하는 것이 상례로 되어 있다.
다만 우리나라의 선종사찰에서는 선종의 삼신설에 따라 청정법신 비로자나불, 원만보신 노사나불, 천백억화신 석가모니불의 삼신을 봉안한다.
③ 극락전(極樂殿) 또는 미타전(彌陀殿)
극락전은 극락정토의 주재자인 아미타불을 모신 법당이다. 아미타불은 한 나라의 임금의 지위와 부귀를 버리고 출가한 법장비구로서. 여래의 덕을 칭송하고 보살이 닦는 온갖 행을 닦아 중생을 제도 하려는 원을 세웠으며 마침내 아미타불이 되었다.
아미타불은 그 광명이 끝이 없어 백천억 불국토를 비추고 그 수명이 한량없어 백천억 겁으로 셀 수 없다 하여 극락전을 무량수전(無量壽殿)이라고도 한다.
한편 주불의 이름을 따라 미타전(彌陀殿)이라고도 한다. 부석사의 무량수전이 유명하다.
④ 미륵전(彌勒殿) 또는 용화전(龍華殿)
미륵전은 미래의 부처님인 미륵불을 모신 법당의 이름이다. 이 미륵전은 미륵불에 의해 정화되고 펼쳐지는 새로운 불국토 '용화세계'를 상징한다고 하여 용화전(龍華殿)이라고도 한다.
또는'미륵'의 한문의역인 '자씨'를 취하여 자씨전(慈氏殿)이라고도 한다. 미륵전의 대표적 건물로는 전북 김제의 금산사 미륵전을 들 수 있다.
미륵불은 현재 오고 계시기 때문에 그를 기념하기 위하여 대부분 옥외에 크게 조성하여 모시는 것이 우리나라의 관례이나 금산사와 같이 법당 안에 모신 곳도 있다
⑤ 원통전(圓通殿) 또는 관음전(觀音殿) 및 대비전(大悲殿)
원통전은 관세음보살을 모신 곳이다. 관세음보살을 모신 법당의 명칭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한 사찰의 주불전일 경우에는 원통전이라 한다.
원통전이란 명칭은 관세음보살이 모든 곳에 두루 원융통(圓融通)을 갖추고 중생의 고뇌를 소멸해 주기 때문에 그 권능과 구제의 측면을 강조하여 원통전이라 한 것이다.
반면에 관세음보살을 모신 전각이 부불전의 성격을 띨 경우에는 관음전(觀音殿)이라 한다. 중국에서는 관세음보살의 자비를 강조하여 대비전(大悲殿)이라는 현판을 걸기도 한다.
⑥ 약사전(藥師殿) 또는 만월보전, 유리광전, 보광전.
약사전은 약사유리광여래를 모신 곳이다. 약사여래는 동방 유리광세계의 교주로서 대의왕불(大醫王佛)이며, 만월보전, 유리광전, 보광전이라고도 한다.
약사여래 부처님은 현세중생의 모든 재난이나 질병을 없애고 고통을 구제하는 부처님이며, 일광보살(日光菩薩), 월광보살(月光菩薩)은 약사여래 좌우에서 진리광명을 두루 비추어 중생의 모든 고통을 제거한다고 한다.
약사여래 불상의 형상은 큰 연화 위에 왼손에 약병을 들고 오른손은 시무외인을 맺고 있다. 약사여래의 좌우에는 각각 일광변조보살 및 월광변조보살이 협시해 있다. 불상 뒤에는 약사회상도가 탱화로 걸려 있기도 하다.
⑦ 팔상전(八相殿)
팔상전은 석가모니 부처님의 일생을 여덟가지로 나누어 그린 그림을 봉안한 곳이다. 여덟 폭의 그림에서 연유하여 팔상전 혹은 부처님의 설법회상인 영산회상에서 유래한 영산전(영산전)이란 명칭도 함께 사용하고 있다.
팔상전이나 영산전에는 내부에 큰 불단을 조성하지 않고 벽에 팔상도를 봉안하는 것이 보통이다.
팔상전에는 주불을 석가모니 부처님, 좌우협시로 제화갈라보살과 미륵보살을 봉안한다. 법주사의 팔상전이 그 예다.
⑧ 나한전(羅漢殿) 또는 영산전(靈山殿) 및 응진전(應眞殿)
나한전은 석가모니 부처님의 제자로 아라한과를 성취한 성인 즉, 나한을 모신 건물이다. 부처님에게는 열여섯의 뛰어난 제자들이 있었다.
나한은 아라한의 양칭으로 그 뜻은 성자를 의미한다. 영산회상의 모습을 재현했다 해서 영산전(靈山殿) 또는 응진전(應眞殿)이라고도 한다.
나한전에는 석가모니부처님이 주불로 봉안되어 있으며, 좌우에 가섭과 아난이 봉안되어 있다.
그 좌우에 열여섯 분의 나한이 웃고, 졸고, 등을 긁기도 하는 자유자재한 형상이 배치되어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나한의 숫자가 500명인 경우가 있다.
500 이란 숫자는 부처님이 열반하신 후에 마하가섭이 부처님 생전에 설법하신 내용을 정리하기 위해 회의를 진행했을 때 모인 비구가 500 명인 데서 유래하기도 한다.
⑨ 명부전(冥府殿) 또는 지장전(地藏殿) 및 시왕전(十王殿)
명부전 안에는 지장보살을 봉안하고 있기 때문에 지장전(地藏殿)이라고도 하며, 지옥계의 심판관인 시왕을 봉안하기 때문에 시왕전(十王殿)이라고도 한다.
시왕은 지옥에서 죄의 경중을 정하는 10위의 왕으로 진관왕, 초강왕, 송제왕, 오관왕, 염라왕, 변성왕, 태산왕, 평등왕, 도시왕, 오도전륜왕을 말한다.
⑩ 대장전(大藏殿)
대장전은 대장경을 보관하기 위해 축조한 전각을 말한다. 대장전이란 편액을 단 건물로는 경북 예천군 소재의 용문사 대장전과 전북 김제군 소재의 금산사 대장전을 예로 들 수 있다.
예천의 용문사 대장전은 인도의 고승이 대장경을 용궁에 소장하였다는 고사와 용이 나타났다는 창건설화 등에 의해 이곳에 대장전을 짓고 부처님의 힘으로 호국을 축원하기 위하여 조성한 전각이다.
전각 내에는 대장경을 보관하기 위한 용도로 쓰인 윤장대를 좌우에 각각 1기씩 설치하고 있다.
⑪ 적멸보궁(寂滅寶宮)
석가모니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봉안한 불전을 지칭하여 적멸보궁이라 한다.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심으로써 부처님이 항상 그곳에서 적멸의 낙을 누리고 있음을 상징하게 된다.
부처님 생존시는 인도 마가다국 가야성의 남쪽 보리수 아래로, 《화엄경》을 설파한 적멸도량임을 뜻한다.
부처님의 진신사리는 곧 법신불(法身佛)로 부처님의 진신이 상주하고 있음을 의미하며 여기에는 예불의 대상으로 따로 불상을 봉안하지 않고 불단만 있는 것이 다른 불전과의 차이점이다.
우리나라에는 5대 적멸보궁이라 하여 신앙적으로 중요한 역활을 하는데 양산 통도사, 오대산 상원사, 사자산 법흥사. 태백산 정암사. 설악산 봉정암이 그곳이다.
⑫ 조사당(祖師堂) 국사전(國師殿) 및 영각(影閣)
조사당은 한 종파를 세운 분이나 후세에 존중을 받은 큰스님, 그리고 절을 창건한 분, 역대 주지스님의 영정이나 위폐를 모신 당우를 말한다.
국사가 배출된 절에서는 조사전 대신 국사전이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순천 송광사의 국사전을 들 수 있다.
이 건물내에는 고려의 보조국사 지눌을 비롯하여 송광사에 머물렀던 16분 국사들의 영정을 보관하고 있다. 조사전이 없는 사찰에서는 영각(影閣)이라는 이름으로 편액을 걸기도 한다.
⑬ 삼성각(三聖閣) : 산신각, 칠성각, 독성각
법당의 뒤쪽 한켠에는 작은 규모의 전각이 있다. 이 전각 내에는 우리민족 고유의 토속신들을 불교적으로 수용해서 모시고 있다.
즉, 산신, 독성, 칠성 등을 모신 곳이 삼성각이다. 그 신상을 각기 다른 건물에 모실 때에는 그 전각의 이름도 신상에 따라 각기 달라 산신을 모시면 산신각, 칠성을 모시면 칠성각, 독성을 모시면 독성각이라고 부른다.
⑭ 범종각(梵鐘閣)
일주문, 천왕문을 거쳐 불이문을 통가하여 사찰경내에 들어서면 범종각이 자리잡고 있다.
범종각은 범종을 달아 놓은 보호각 기능을 한다. 규모가 큰 사찰에서는 범종 외에 법고(法鼓), 운판(雲板), 목어(木魚) 등의 불전사물(四物)을 함께 놓기도 한다.
⑮ 누각(樓閣)
사찰의 주불전과 마주하는 곳에는 보통 누각이 세워져 있다. 누각의 좌우에는 마당을 둘러싸고 요사채가 배치되어 있다. 즉 뜨락을 중심으로 폐쇄적인 구조를 이루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사찰의 배치는 원래부터 이러한 형식이 아니었다. 고대 절터을 발굴하여 보면 금당이 사찰의 중심에 자리잡고, 뒤로는 강당이, 앞에는 출입문인 중문(中門)이 자리하고 있다.
이들 건물은 회랑으로 빙 둘러 연결되어 있다. 오늘날의 가람배치와는 달라 주불전인 금당을 중심으로 회랑에 의해 폐쇄되어 있다. 이는 고대의 절터가 주로 평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회랑으로 구획된 경역을 이룰 수 있었다.
그러나 구산선문(九山禪門)등의 개창을 시발로 절이 산속에 입지하면서 그 중문이 누각의 형태로 정착된 것으로 보인다.
누각은 글자 그대로 이층의 다락집 형태이다. 누각은 사찰에 대중이 많이 운집하는 시기부터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중문이 누각의 형태로 변화 하는 것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층으로 되어 있는 누각의 기능은 출입 통로로서의 역활, 불전 사물의 봉안장소, 대법회가 있어 법당이 좁을 경우 대중을 앉도록 하는 장소 등으로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