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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새로운 학문 
  르네상스에 생긴 새로운 개념에 따르면 건축은 더 이상 실천적 지식들을 모아 놓은 단순한 집합체가 아니었다. 건축은 하나의 과학이  되었으며 데생, 원근법, 기하학, 수학의  극소값, 전문언어에 대한 기초지식 언, 고대의 오더, 몰딩의 윤곽 등 다양한 학문의 스승들을 필요로 했다. 자신의 예술을 소중히 여기고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 건축가는 건축계획과 해결방법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해야 했다. 건축가는 고객의  안목을 키워주기 위해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했고, 그것을 통해 고객이 보다 일반적인 문제에  접근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어야 했다. 건축가가 해결해야 할 것에는 부지의 적합성, 위생, 도시공학, 경제, 조경은 물론 좀더 기술적인 문제들, 예컨대 도수 작업,  수준측량, 배치 등의 문제도 포함되었다.  이러한 모든 영역을 알기 위해 건축가는 참조할 책을 필요로 했다.
 
비트루비우스의 교정본들
  건축가들이 처음으로 참고했던 책은 비트루비우스의  건축개론서였다. 아우구스투스 시대에 쓰였던 이 책이 그때가지도 현실성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면 좀 단순한 생각이 되겠지만, 어쨋든 이 책은 고대부터 전수되어 오는 모든 것을 집대성했다고 할 수 있는 중요한 책이었다. 비트루비우스는 1486년 로마에서 출판하게 되는 영광을 가지게 되었다.  1495년에서 1497년 사이에 피렌체와 베네치아에서 다른 간행본들이 뒤를 이었다.  그러는 사이에 이 책은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것말고도 다른  단점들을 드러내게 되었다. 이 책은 어려운  언어, 즉 그리스의 전문용어가 군데군데 사용된 라틴어를 쓰였던 것이다.  결국 지식을 갖춘 사람이 아니면 접근이 불가능했으며, 삽화가 없이는 내용을 이해할 수 없었다. 1511년 프라 조콘도가 베네치아에서 출간한 책의 장점은 수세기 동안 축적된 복사본의 오류들을 교정한 것에 있다기보다는 초보적이지만 암시적인 성격을 가진 삽화를 실었다는 데  있었다. 이 책의 재판이 곧이어 많이 나오게 되었다. 그러나 삽화가 실렸다고 하더라도, 라틴어에 능숙하지  못한 건축가가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이 분야를  깊이 공부하려고 결심한 라파엘로는 인문주의자인 파비오 칼보의 권유로 비트루비우스를 번역하게 되었다.
 
삽호가 들어간 번역본
  비트루비우스의 '건축개론서'를 번역하고 주석을 달고  교정하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진보는 1521년에 코모에서 최초의 이탈리아 번역본을 출간한 체사레 체사리아노에 의해  이루어졌다. 이 책은 주석과 더불어  프라 조콘도의 책보다 훨씬 공들여  만든 삽화를 곁들였기 때문에 읽는 이들의 이해를 도울 수 있었다. 다른 번역서들이  잇달아 나왔지만 좀 더 쉬운 해석을 제시하지는 못했고, 각 간행복늬 가치는 주석의 질이나  삽화의 정확성에 따라 평가되었다. 베네치아의 귀족이자 인문주의자인 다니엘레 바르바로가 베네치아에서 1556년 출간한 번역본은 다른 번역본과 비교해 볼 때 훨씬 특별한  이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팔라디오가 주석과 삽화작업을 도왔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다.
  전 유럽이 이러한 모범을 따르게 되었다. 추기경 르농쿠르의 비서이자 유명한 이탈리아주의자인 장 마르탱은 1547년에 파리에서 프라 조콘도가 새긴 목판의 중심 부분을 복제한 첫 번째 프랑스어 번역본을 출간했다. 건축가이자 역사가인  장 구종은 판화가로서 참여했지만 해석을 도왔을 뿐 아니라 최고의 품질을 지닌 보충판을 데생해 주었다. 같은 해에 리비우스라고도 불리는 발터 리프가 뉘른베르크에서 최초의 독일어판을 출간했다. 이 책은 체사리아노의 주석을 번역해 곁들였으며 이전의 여러 판본에 실린  삽화들을 실었다. 스페인어 번역판은 미구엘 데 우레아가 1582년 알칼라에서 출간했다.
 
알베르티의 건축서
   비트루비우스는 건축을 자신이 제시한 원리에서 출발하여 설명하고, 음악적 관계에 기초한 비례이론을 제시하였는데, 그의 작업이 갖는 의미는 예술이  단지 실천적인 문제를 다루는 방법이라는 관념에서 벗어나 예술의 정신을 고양시켰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건축서에서 그가 고려하고 있는 것은 오더에 대한  이론- 물론 이것은 정확성을 가지고 있는 고대 건축의 한 영역이지만-뿐이었지만 그나마도 혼란스럽고  불완전하게 제시되어 있었다.
다라서 르네상스는 이러한 요구에 답할 수 있는 건축서가 필요했다. 이 점을 절감한 알베르티는 1450년경에 '건축론'을 저술했다. 이 책은 열 권으로 나누어져 있었는데, 이는 당대의 비트루비우스가 되고자 했던 알베르티의 야심을 보여 주는 것이었다. 이 책은 열 권으로 나누어져 있었는데, 이는 당대의  비트루비우스가 되고자 했던 알베르티의  야심을 보여 주는 것이었다. 이 책은 건축물의 설계도면을  논리적으로 다루고 있지만, 라틴어로 쓰여진  데다 통상적인 문제만을 다루고 있으며,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는  참고를 제시하는 정도에 그쳤고, 고대 건축의 예에 기초한 이론적이고 회고적인 저작이라는 등 여러 가지 단점을 가지고 있었다. 당시 알베르티는 건축에서 점점 손을 떼고 있었으며  건축가가 아닌 지식인을 위해 글을 쓰고 있었다. 아름다운 수고본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이 작품은  이전 저작들에 비해 성공을 거두었다. '건축론'은 우르비노의 공작 페데리고 다  몬테펠트로의 도서관에 한 질이 소장됐으며 헝가리 왕 마티아스  코르비누스의 도서관에 두 질이  소장되었다. 1486년에 인쇄된 그의 책은 이탈리아에서 1550년 코시모 바르톨 리가 번역했지만 건축가들의  수중에 들어가지는 못했다. 이 책의 장점은 건축물을 창조하는 데에  따른 근본 문제를 다룸으로써 읽는 이의 안목을 길러 주고 이를 통해 고대 양식에 대한 지지자들을 잠재적으로 형성시킨
다는 데에 있다.
 
세를리오가 쓴 여덟 권의 책
  많은 건축가들이 필요성을 절감하며 건축서를 쓰려는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기려고  했지만 대부분 초고 상태로 남겨졌다. 시간이 부족한 데다가, 이론적 준비 역시 덜 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저작들은 의도했다기보다 우연히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고대의 기념비적 건출물들에 대한 일람표, 책에서 언급된 고대 유적과  비트루비우스의 설명이 모순을 일으키는 오더에 대한 고찰 등을 담고 있다. 이러한 건축서들은 프란체스코 디 조르조, 줄리아노 다 산갈로, 혹은 다음 세대의  건축가인 베르나르도 델라 볼파이아, 조반 프란체스코  다 산갈로 등의 건축가들이 쓴 것으로 추정될 뿐 대부분 작자미상으로 남아 있다.
  건축사를 쓰려는 계획은 대부분 완성한 최초의  건축가는 세바스티아노 세를리오였다. 그는 실제보다 이론이나 교육에 열중해서, 자신은 한번도 건물을 짓지 않았다. 로마가  약탈되자 세를리오는 열 권짜리 건축서를 쓸 계획을 가지고 베네치아에 은거했다. 그는 순서에 따르지 않고 이 책들을 출간했는데, 처음으로 나온 4권(베네치아, 1537)은 오더를, 다음에 나온 3권(베네치아,1540)은 당대의 몇몇 걸작품과 함께 로마의 고대 건축물을 다루었다. 프랑수아 1세의 초대로 1540년에 프랑스를 방문한 세를리오는 퐁텐블로에 거처를 잡고 파리에서  2개 국어로 출판활동을 지속했다. 1권과  2권(1545)은 기하학과 원근법에, 5권(1547)은  사원, 즉 종교건축에 할애했으며, 마지막으로 출간된 '별책'(리옹, 1551)은 정문을 다루었다. '사고'에 대해 쓴 7권은 그의 사후인 1575년 프랑크푸르트에서 출간되었다. 도시와 농촌의 민간건축을 다룬 가장 중요한 6권은 두 권의 수고본의 형태로 프랑스에서 유통되어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6권은 오늘날(1967년과 1978년)에야 출간되었고 포진법(로마의  주둔지)을 다룬 8권은 여전히 출간되지 않을 상태이다.
 
세를리오의 후예
  세를리오는 건축문학에서 하나의 이정표를 기록했다. 그는  그보다 앞선 건축가들처럼 고대의 건축물을 유일한 모델로 제시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았다.  대신 단순한 기하학적 형태(원, 정사각형, 팔각형 등)의 변형을 담아 책으로 출간했다. 이것은 르네상스 건축예술의  원리를 제시해 주는 양식을 연습하도록 하는 책이었다. 이러한 실천은 후대에 출간된 모든 저작들에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건축물을 설계한 것은 없지만 탁월한 데생가였던 자크 앙드루에 뒤 세르소는 1559년 세를리오의 여섯 번째 수고본을 참조하여 '건축서'를 출간했다. 모든 계층에 맞추어 50가지의 민간건축 설계를 제시하고 있는 이 책은 가장 수수한  것에서 가장 야심적인 것, 가장 단순한 기하학에서 가장 복잡한(혹은 가장 비현실적인)  기하학을 점층적인 구성으로 망라한다. 1582년 이 책은 성에 대한 38가지의 설계가 추가되어 재출간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출간은 프랑스의  민간건축 분야에 상당한 영향을  주었는데, 16세기 말에 지어진 위드빌이나 그로부아 등의 성에서 영향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영향은 17세기 초반까지 지속되었다.
  팔라디오는 1570년 베네치아에서 네 권의 건축서를 발간했다. 팔라디오는 이 책에서 세를리오가 그의 건축서를 쓴 방식에 따라 고대의 모델에서 나온 건축이론을 제시한 후 자신의 작품을 통해 당시의 건축물에 고대 건축이론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설명했다. 그런데 다른 저자들의 경우와 달리 그의 작품은 대부분 이미  건설되어 있었다. 팔라디오의 제자인 스카모치는 그의 저서를 모방하여 '일반건축학'(베네치아, 1615)을 저술했다.
  필리베르 들로름은 1567년 출간된 자신의 저작 '건축'에서 이러한 실천적인 전통과 달리 좀더 비트루비우스저깅며 합리적인 태도를 취했다. 그는 바람과 물의 영향을 고려한 부지의 선정에서 축조와 장식의 세부적인 문제에 이르는,  하나의 건축물이 실현되기까지의 연속적이고 아양한 과정을 이론적으로 제시했다. 교육적인 어조와 격언으로 넘치는 그의 이야기는 예를 통해서라기보다는 원칙을 통해서 진행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정신은 1권에 담겨 있으며, 출간되지 않은 2권은 그 자신의 작품에서 출발한 모범적인 모델을 보여 줄 수 있을 것이다(이를 위해 그는 판화를 미리 제작해 두기까지 했다). 그의 저작들이 제대로 간행되었다면 그는 당대의 비트루비우스이자 프랑스의 세를리오로 평가될 수 있었을 것이다.
 
오더에 관한 개론서
  르네상스 시대에, 건축물의 실질적  완성을 엄두에 두고 모든  부분을 철저하게 연구했던 야심적인 저작이 있는가 하면, 더 범위를 좁혀 특수부분을  전문적으로 다룬 실용서도 있었다. 말하자면 그것은 설계도면과 오더의 비례에 대한 개론서라 할 수 있다. 다른 어떤  책보다 이 개론서들은 실제로 작ㅇ버을 하는 사람들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는데, 책의 발행부수가 늘어난 것으로 보아 독자들의 요구에 이  책이 얼마나 잘 부응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최초의 개론서는 스펭니에서 디에고 데 사그레도에 으해 1526년  출간되었다. 그 뒤를 이어 1537년에  세를리오가 저술한  '건축의 일반원칙'은  곧 플랑드르의 앙베르에서 출간(1542)되었다. 언급된 모든 책은 여러 번 판을 거듭해 출간되었다.
  독일에는 리비우스라고 불리는 발터 리프(뉘른베르크, 1547)와 한스 블룸(취리히, 1550)의 개론서가 있다. 그러나 비뇰라가 1562년 출간한 개론서 '가섯 가지 오더의 원칙'은 간결하고 실용적이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게 되었다.
  르네상스의 건축가들은 일반이론, 건축모델 모음집, 그리고 실제 설계에 필요한 개론서 등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는 책을 차츰 정돈하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풍부한 삽화를 싣고 있는 이러한 책들은 값이 비쌌을 것으로 보이지만, 발간된 책의 수가 많고, 인쇄를 여러번  거듭했다는 사실을 보면 책값이 비싸다고  하더라도 많이 팔릴 수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들로름의 성찰이나 팔라디오의 고고학에  필적할 수 있는 몇몇  전문가들이 있지만, 그들을 진정한 인문주의자라고 보기는 어렵고 많은 지식을 소유하고 있는 박학한 이들로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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