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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체주의 빌딩

by mahru posted Jun 05,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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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기념탑 설계한 美건축가의 '해체주의 빌딩'… 아이파크 타워 문열어 건물 바깥의 거대한 원과 직선 '신선한 충격' 을지로 SK T타워 등 異色빌딩 속속 등장해 서울 삼성동 코엑스 맞은편 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타워’ 앞을 지나던 택시기사가  건물을 가리키면서 “‘강남에서 제일 예쁜 건물’이라고 손님들이 좋아한다”고 말했다.


건물 설계는 미국의 해체주의 건축가 다니엘 리베스킨트가 했다.

지하 4층·지상 15층의 이 건물은 표면에 지름 62m짜리 거대한 철골 동그라미를 달고 있다. 이 구조물에는 마치 건축가가 초대형 붓을 들어 그림을 그린 듯한 추상 무늬가 등장한다. 건물 왼쪽을 보면 땅에서 시작된 거대한 알루미늄 막대가 빌딩 한 귀퉁이를 뚫고 하늘로 뻗어나가고 있다.

서울 도심의 네모반듯한 모더니즘 건물군 속에서 비뚤어지고 꺾이고 자유분방한 빌딩이 올라가고 있다. 합리주의와 매끈한 조형성, 규칙적 패턴으로 정리된 빌딩 숲에 파격적이고 색다른 건물이 들어서고 있다. 일부 패션 부티크와 화랑, 헤이리 예술인 마을·파주 출판단지를 중심으로 외국 건축가가 진출한 데 이어 덩치가 몇 배 큰 대형 오피스 빌딩에서도 본격적인 변화가 시작됐다. 건축 평론가 이주연(‘공간’지 편집주간)씨는 “대기업들이 스타 건축가의 이름을 끌어들여 회사 브랜드의 플러스 알파 효과를 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한 건물’의 신호탄은 라파엘 비뇰리의 설계로 1999년 세워진 삼성 종로타워(옛 화신백화점 자리)였다. 이어 윌리엄 페더슨이 기본 설계를 한 동부금융센터가 ‘어딘지 불안하다’는 반응과 함께 테헤란로 풍경에 역동성을 부여했고 마리오 보타의 강남교보타워가 등장해 주변 경관을 압도해 버렸다.

최근 가장 화제를 모은 ‘아이파크 타워’의 디자이너 리베스킨트는 베르나르 추미·프랭크 게리·자하 하디드 등과 함께 모더니즘 건축 논리를 뒤엎고 미완성·비대칭·불확실·부정형이란 키워드를 앞세운 해체주의 건축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새롭게 단장한 통독 수도 베를린에 지그재그식 구조의 유태인 미술관을 설계해 각광 받았고, 뉴욕 9·11테러 현장에 세워질 530m 높이의 기념 첨탑도 디자인했다.

리베스킨트가 처음으로 서울에 세운 건물 주제는 ‘탄젠트’(접선)다. 건물 표면에 달린 거대한 원은 자연을, 옆으로 스쳐 지나가는 직선은 첨단기술을 상징한다. 이번 건물에 대해서는 ‘리베스킨트적 특징이 약한 것 아니냐’ ‘건축어휘가 적나라하게 드러나지는 않은 것 같다’는 반응부터 ‘서울 도시에 들어선 신선한 충격’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건축평론가 이용재씨는 “강남구 삼성동은 상대적으로 역사와 전통에 대한 부담이 덜한 공간”이라며 “리베스킨트의 시도는 새로운 변화”라고 말했다.

서울 강북에서는 이달 초 준공한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신사옥 ‘SK T타워’가 있다. 창문이 들쑥날쑥한 파란 건물은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질감이 달리 느껴진다. 전체 33층 중 27층 이상부터 15도 각도로 기울어져 있는 건물은 서울 광장동 W호텔을 설계한 홍콩 설계팀 ‘RAD’의 애론 탄 디자인이다. 이 밖에 화려한 비늘을 덮고 있는 듯한 모양의 압구정동 갤러리아 백화점은 네덜란드 건축가 벤 반 버클이 설계했다. 건축계에서는 삼성미술관 리움의 ‘아동교육문화센터’와 서울대 현대미술관(안)을 설계한 렘 쿨하스의 뒤를 이어 네덜란드 건축이 인기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한편 서울의 얼굴을 바꾸는 초대형 건축 프로젝트인 세운상가 재개발 공모에까지 미국 건축가팀 프레드 코터 & 수지 킴의 설계안이 당선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